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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하라 이자야는 천성이 그러했다.  ▶에일리아스

 오리하라 이자야는 천성이 그러했다. 높은 곳이 있다면 그곳에 꼭 제 발자국을 새겨두고, 올라서서 누군가를 비웃듯이 내려다보았다. 그건 본능이고, 제 자신의 아이덴티티와도 같다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선 늘, 그의 시야 낮은 곳에 자리한 사람이 필요했다. 물론 그런 부류의 사람은 저를 살기 어린 시선, 혹은 경멸만이 담긴 눈동자로 쏘아봤지만 그건 오히려 오리하라 이자야가 원하는 일이었다. 그 사람이 바라던 일상이, 제 손바닥 위에서 보기 좋게 놀아났다는 방증이었으니까. 그럴 때 이자야는 늘 웃어주는 것을 택했다. 다시금 일그러지는 얼굴들, 그리고 분에 겨워 주먹까지 휘두르는 그릇이 좁은 종자들. 그리고 절대 잡히지 않는 자신. 유감스럽다 말해야 할지 혹은 우습다고 해야 할지, 그런 구도는 가끔 자신이 만물의 창조주가 아닐까 하는 웃기지도 않은 상념이 들게끔 했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농담마저 되지 않을 무의미한 이야기였다. 손수 그런 잡념을 의식의 수면 아래로 밀어 넣었다.

 

그는 오늘도 제 계략에 맞추어 춤을 춘 장기말을 보며 크게 웃어주었던 참이었다. 예의 그 높은 곳에서. 순식간에 제 주식을 모두 잃은 중년의 남자는 얼굴이 시뻘게지도록 분노하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고, 이자야는 여느 때처럼 그걸 비웃었다. 크게 숨을 들이쉬는 남자의 가슴팍이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그 남자가 토해내지 못한 더 많은 말들을 품은 목 언저리가 부풀어 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머리 끝까지 차오른 분노에 남자가 제대로 된 문장을 뱉어내는 일은 드물었다. 나쁜 자식, 악마 자식,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짤막한 단어들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제 세치 혀에 맞서지 못한 남자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 거렸다. 여즉 새빨간 얼굴은 곧 터질 것만 같았다. 네놈은 분명 지옥에 떨어질 거다! 그리고 고작 딱 한 문장만을 남긴 채 등을 돌려 사라져갔다. 

 

뻔하고도, 시시한 결말이었지만 어차피 여흥을 위해 벌인 일이었다. 때문에 그가 실망하는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천국에 갈 건데요? 벌써 점이 되어버린 남자의 뒷모습에 밉살맞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준 오리하라 이자야는 공원의 장식물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탁, 하는 경쾌한 구두굽 소리와 함께 땅에 안착했다. 

 

그리고 오리하라 이자야는 미련 없이 걸었다. 벌써 밤이었고, 더 이상의 볼일은 없었으니까. 여유롭고도 경쾌한 발걸음으로 그는 이케부쿠로를 가로질렀다. 웬일인지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악연 그 자체인지 제가 이케부쿠로에 발을 들이기만 해도 마주치던 사내가 오늘은 없었다. 그가 꺼려져 이케부쿠로에 오려던 발걸음을 돌렸던 나날이 문득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에 반해, 오늘은 느긋하다 못해 늘어지기까지 하는 밤이었다. 그 누구의 방해도 간섭도 마주치는 일도 없는 한산한 밤은 즐거웠다. 검은 바이크가 도로를 질주하는 굉음도 없었고, 라이라 학원의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노니는 일도 없었고, 종잡을 수 없는 무리가 벤에서 깔깔거리는 소리도 없었다. 새까만 밤이 거리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래서 오리하라 이자야는 웃었다. 유달리 평온한 오늘, 그들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들의 보금자리이자 그들이 사랑하고 제가 사랑하는 이 곳 이케부쿠로에 곧 어떤 일이 닥쳐올지. 제가 손을 들어 올리면, 모든 것이 뒤바뀌고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렇게 오리하라 이자야는, 그는 오늘도 조립해낼 것이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류가미네 미카도의, 소노하라 앙리의, 키다 마사오미의, 세르티 스톨루손의, 키시타니 신라의, 카도타 쿄헤이의 심지어는 제 쌍둥이 여동생들의, 헤이와지마 시즈오의, 그리고 이케부쿠로의 모두의 일상을 제 손으로.

 

 

 

 

바야흐로 새로운 이야기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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